열정, 열의, 집념
by tomowind
Survival in Stanford
1. lots of stress
스탠포드에서 생존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똑독한 친구들, 테뉴어에 목마른 교수들, 빡빡한 수업일정이 모두 살인적으로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교수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가장 스트레스다. 좋은 논문으로 교수를 즐겁게 해 주어야 하고, 그 전에 좋은 프로그레스를 보여서 교수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그 후에도 지속적인 좋은 결과로 교수의 마음이 변하지 않게 만드는 것도 어렵다.

지난 성경공부모임에서 들은 얘기다. A형은 2002년에 유학와서 이제 6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분이다. 지도교수가 테뉴어 트랙에 있는 분이라서, 성격이 매우 급하고 결과를 매우 원하는 사람이며, 펀드도 적당하지 않아서, quarterly evaluation해서 준다고 한다.

지난 가을에 하던 연구가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교수가 마음에 들지 않아했고, A형 자신도 더 좋은 결과를 원해서 방학 3주동안 연구에 매진했다고 한다. 결국 좋은 학회에 낼 만한 결과를 얻어서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답장은 기대와 달랐다.

"너는 이런식의 프로그레스를 보여서는 졸업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아마도 내가 지도를 잘 못해서 그런것 같으니, 다른 지도교수를 찾아보는것이 어떠냐?"

청천벽력같은 말이다. 6년차인데 어떻게 지도교수를 바꿔서 일을 하란 말인가? 정말 앞이 깜깜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기도하고 고민하고 고뇌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자신이 연구했던 결과를 PT로 정리해서 보여줬다고 한다.

마지막 미팅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먼저 PT를 보여준다고 했단다. PT를 다 마친 순간, 다시 교수의 얼굴이 밝아지며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으면 빨리 말하지 그랬냐? 어느 어느 학회에 내면 되겠네. 이메일을 자세히 쓰는게 좋았을껄."이라고 지난일을 마치 없던 것처럼 말씀하셨다고 한다.

잘 풀려서 A형과 테뉴어 트랙에 있는 교수 모두에게 결국 윈윈이 되긴 했다. 의종이가 덧붙이기를 테뉴어 트랙에 있는 교수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가장 이혼율이 높다고 하는데.... 이런식으로는 절대 살고 싶지 않다.

이 형은 하나님을 잘 믿는 사람이라서 힘든 과정을 잘 헤쳐나갈 수 있었다. 나라면? 절대 못 했을 것 같다.

2. genius
스탠포드는 엄청난 천재들이 많다. 예를들어, CS박사과정으로 온 의종이는 한국인 박사과정으로 역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스탠포드 석사조차 지원을 할 생각도 못했다. -- 그 때에는 그랬지만 지금 생각하면 스탠포드 석사도 괜찮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오는 EE도 장난아니다. 인선이는 경기과학고 내내 1등만 했던 친구고, 범수는 KAIST전체 수석으로 졸업을 한 친구다. 그 들은 화학, 수학등에서 천재적인 소질을 보여 EE에서도 그와 비슷한 디바이스나 시그널쪽의 분야를 전공으로 한다고 한다.

사실 인간의 능력은 무한한 것이라서 과거의 일에 크게 쫄 필요는 없다. 천재적인 노력파 의종이를 보면 노력이 모든 것을 이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머리가 좋지도 않고 노력의 천재도 아니다. 단지 블로그에 잡담을 늘어놓기를 좋아하는 Ph.D.학생의 하나일 뿐이다.

3. competitiveness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스탠포드에서 내는 논문은 최고 수준이어야만 한다. 의종이가 속해있는 DB분야의 경우에는  SIGMOD, VLDB, ICDE 학회들에만 논문을 낸다고 한다. 1년에 3개의 탑만 보고 달려야 하니 얼마나 어렵고 치열할지 상상도 안된다.

오늘 교회에서 상균이형이란 분도 만나서 이 얘기를 했다. 형이 말하길 "우리 교수도 작은 학회에 내고 나서는 다시는 안낸다고 했어. 작은데 내면 아무도 보지를 않으니 낼 필요가 없어."라고 말씀하셨단다.

우리랑은 조금 마인드가 다른 것 같다. 내가 듣기로는 GT의 시스템분야에서는 SOSP나 OSDI는 아예 안될 것을 생각하고 2nd-tier부터 공략을 한다고 하니 좀 많이 다르지. 민장이형의 논문이야기를 보면 탑학회가 얼마나 어려운지 조금이나마 느껴진다.

4. loneliness
모든 유학생의 가장 큰 적인 외로움! GT최고의 마당발 연아도 유학와서 외로움이 가장 큰 적이었다고 말한다.

스탠포드의 외로움도 생각보다 크다. 자기가 나서서 사람들과의 교제를 만들지 않으면 외로운 시간을 해결할 수가 없다. 이번 주말은 연휴가 낀 주말이라서 특히 더 그랬다. 인선이는 내가 놀러와서 학교투어라도 시켜주며 오래간만에 얘기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평소와 같은 주말이었으면 방안에서 숙제를 하면서 보냈을 것이다.

비록 풀 많고 나무 많고 공기가 좋은 곳이지만, 그 만큼 썰렁한 걸 참아야 하는 괴로움도 크다. 스탠포드의 스트레스가 덮쳐왔을 때에 외로움마저 더해진다면 정말 참아내기 힘들 것이다.

* 모든 것을 종합해 보았을 때에 스탠포드에서 살아남는 것은 어렵다.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나중에 그렇게 되서 잘 된다고 하더라도, 이혼율이 가장 높은 테뉴어 트랙에 놓이게 되고, 더 잘 풀린다고 해도 그냥 명성있는 교수가 되는 것일 뿐이다. 그게 인생의 목표인가?

이 입장에서 생각해 봤을 때에 내가 여자친구에게 정말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단지 스탠포드라서 자기가 원하는 학교에 들어왔고, 어려워도 그 만큼의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을 뿐이다. 자세한 면면을 생각해주지 못한것이 미안하다.

나는 이제 GT에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은 길고 A Ph.D. is Not Enough!일 뿐이다. 원하는 인생의 진로를 향해 길게 보며 내달리자.

* 이렇게 썼지만 스탠포드 좋은 점도 엄청 많지. 나중에 그런 점들에 대해서도 언급해 봐야겠다.
by 박상민 | 2008/01/21 09:48 | 트랙백 | 덧글(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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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oro at 2008/01/21 11:42
인선씨 안부 좀 전해줘~ ㅋㅋ
Commented by 박상민 at 2008/01/21 12:38
옹, 지금 인선이네 집에 있다. ㅎㅎ
Commented by Sungbae at 2008/01/21 13:02
마당발 일수록 더 외로울껄. 마당발은 사람들이 필요한 사람이거든. 난 혼자 있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친한 사람 몇 명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서인지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 않단다. 난 아침 저녁으로 여자친구랑 전화만 할 수 있으면 돼.

거기 EE에는 나랑 같이 근무하던 김박사라고 불리던 현기군도 있다. 너희 고등학교 선배.

스탠포드 석사에서 잘 할 자신이 있으면 좋은 학교 박사 가기에 괜찮은 포지션 같아.
Commented by 박상민 at 2008/01/22 00:10
저는 마당발은 아니지만, 외로워서 이제 어떻게 지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난감합니다. 아...

현기형은 여기서 만나봤어요. 형도 아는 사람인 줄 알았으면 형 얘기도 해볼껄 그랬네요. ㅎㅎ
Commented by ildoo at 2008/01/25 01:53
I dare to say you're overestimating stanford, or underestimating yourself.
Look around! and you will find so many smart people in Gatech as well as Stanford, and be respectful to them. Judging a paper by contents, not by affiliations, is the way of phd, you'll find.
Commented by 박상민 at 2008/01/25 23:04
응 너 말이 맞는것 같아.
그런데 바보같은 내 머리속은 그걸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리네.
그걸 알고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면서도
그게 답이라고 받아들이는건 아직 안되는듯? ㅎㅎ
곧 나도 많이 느끼겠지. :)
Commented at 2008/02/0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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